전 결혼한 지 내년이면
동거까지 합해서 10년 되네요
근데 동거 때부터 연말에는
항상 시댁에서 새해를 맞이했어요
처음에는 제가 나이도 어리고 뭘 모르니
이런 거에 불만이 생길만한 생각을
가질만한 나이가 아니어서 몰랐습니다
하지만 나이가 이제 서른 중반을
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
이제와 보니 저희 부모님도 계시는데
매번 새해를 시댁에서 보내는 게
저희 부모님께도 죄송하고
미안하더라고요
결혼하고 몇 년 동안은 크리스마스도
시댁에서 보냈었거든요
새댁에 가기 싫은 이유 중
하나는 모이면 네 시간이고 다섯 시간이고
남의 흉을 보다가 끝이 납니다.
한두해는 그러려니 하다가
10년이 다 돼가니까 이런 의미
있는 날 이러고 앉아 있는 게 너무
싫다고 생각이 들더군요.
이럴 시간에 연말에 연초를
더 의미 있게 보낼 방법은 많은데 하구요
모두 식탁에 앉아 네 시간 다섯 시간
떠드는데 두아들과 시부모님은
예전 얘기들 저를 포함한 며느리 둘은
얼굴 한번 본 적 없는 20년 전 이웃사람들
애길 듣고 있자니 정말 지루하고
남 욕하면서 한 해를 보내고
새해를 맞이하는건 더 싫더라고요
근데 부모님께 이런 건의를 말 한 번도
하지도 못하는 남편에게 가기 싫다는
말을 어떻게 얘길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
남편은 잔소리나 시댁얘기
하는걸 무지 싫어해요 자존심도 세고
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요
그냥 내년부턴 일 년씩 바꿔가며
시댁을 가자고 할까요?
멀지도 않은 시댁 차로 30분 거리인데
가면 자고 오는 것도 불편하고
저희 친정에선 한 번을 안 잤거든요.
명절에는 백번 양보해서 시댁이
우선이다 생각할 수 있지만
이런 연말에는 저희 부부끼리 해를 보러 가 든
친정에 가든하고 싶은데 의미 없는
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싫은데 어떡하죠?